지난해 겨울 갑작스럽게 사무실 확장 이전을 결정하였습니다.
기존 사무실이 습하여 한번 시작하면 4~5시간 이어지는 출판사 회의.
점점 지내기가 힘들어지는 낙후된 환경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그무렵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 바로 코앞에 상가를 임대 하는 광고가 눈앞에서 휘날렸지요.
광고 현수막 앞을 지나갈 때마다 '학교 앞에 유흥매점이 들어서면 어떻게 하지' 걱정이 두근반 세근반이 되었습니다.
출판사 재정은 늘 제작비를 걱정할 만큼 빠듯한 상황이지만, "우리가 행동하자. 일년 전부터 임대 중인 창고를 빼고, 저 공간을 사무 공간으로 얻자." 계획이 세워지니 더디던 일들이 하나씩 진행되었습니다.
연말 연시, 가족과 친구들과 보내는 즐거움도 반쯤 접고, 이사와 집단장에 힘을 모았습니다. 계약하고 일주일만에 안 사실은 헌 집보다 새 집이 할일이 엄청 많다는 것이었지요.
새로 설치해야할 시설은 많고, 곱게 페인트 칠을 해놓았는데 물이 새기도 하고, 웃다가 울다가 보낸 지난 2개월이었습니다.
드디어 집들이날~ 3월 2일 정월대보름이 다가왔습니다.
사무실에 새로 들어놓은 판매기 POS 사용도 서툴고, 홍보기간은 짧고, 손님이 얼마나 오실지 긴장되었습니다. 집들이 이틀전까지 3일간 6시간씩 진행한 출판사 워크숍으로도 절반쯤 녹초가 되었고요.
그.렇.지.만 이른 시간부터 찾아준 이웃들 덕분에 걱정은 기대로 반가움으로 점점 바뀌어갔습니다.
후원금부터 직접 만들어 보내주신 선물까지, 짬짬이 담은 풍경 중 고마운 사진부터 올립니다.
"좋은 책 함께 만들어요" 디자인팀장님의 예술 현수막은 찾아오신 분들이 총총이 남겨주신 글로 더 아름답게 완성되어갔어요.
2004년부터 지금까지 책을 내는데 학교 학부모님들의 큰 마음과 의지, 재능 나눔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집들이날 제일 벅찬 순간은 지난 시간 함께 해주신 분들이 변함없이 격려해주시던 모습,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펴낼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찾아와 선뜻 후원의 마음 내주신 한 분 한 분.
홍유영 김선영 김정화 민혜령 박미영
임윤정 임현정 정지영 정혜영 한영순
김미희 김민현 남숙 박미경 안수경
원수미 장선아 정경임 이종호 이수옥
이봉주 고양순 전덕현 권미희 김영준
김윤희 우남선 윤혜상 이은화 이경옥
김윤근 문경환 장은지 오지원 추은주
오정아 김원선 민경진 배선미 이상아
클랑 아벡 공감터참방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 교사회 고맙습니다.
지난 12월말 출간된 화제의 신간^^ <죽음,이는 곧 삶의 변화이니 세트 / 전3권> 번역자 최혜경 선생님의 예술 작품입니다. 사무실 이전을 축하하며 일찍감치 독일에서 보내주셨어요. 선생님은 앞으로도 계속 출간될 슈타이너 저서를 번역하고 계십니다. 선생님 덕분에 푸른씨앗이 꿈을 키우며 힘차게 나아갈 수 있게 되어 고맙습니다.
작은 것 하나 장만하는 것도 전전긍긍하는 마음 탁 눈치채고 책상, 의자, 책꽂이를 뚝딱뚝딱 만들어주신 모빌리안 파파님 김영근, 박상영님. 집들이 전날에도 오셔서 도움 주시고 고맙습니다.
올해 7명의 아이들로 문을 여는 어여쁜 양평자유학교, 고양순선생님 이른 시간부터 달려와 직접 심은 화분을 안겨주셨어요.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 6학년 친구들 22명이 리코더 축하 공연을 해주었어요. 아름다운 화음이 공간을 가득 채우자 푸른씨앗 식구들 모두 뭉클해졌습니다. 정지형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 고맙습니다.
고사시간이 끝나고, 아벡 리코더 팀에서 축하 공연을 해주었어요. 평상시 잘 듣지 못했던 힘찬 음악을 연주해주셨어요.
치유동화 신간이 나온 2016년 봄, 푸른씨앗 책담화때 조언해주시고, 이야기꾼이 되주셨던 나무와 숲 이미애 선생님. 오랫만에 찾아주셔서 반가웠습니다.
2014년 10월부터 세월호 유가족분들에게 따뜻한 장바구니를 2주마다 보내드리고 있는 '청계동 노란리본공작소' 들어보셨나요? 이끔이 강진영님이 돈나무를 예쁘게 심어 들고, 활짝 웃으며 오셨지요. 올해 신간들 모두 대박나기 (아직 푸른씨앗에서는 일어난 적 없는 ^^)를 기원하며.
푸른씨앗 식구들과 정이 깊은 도자기 굽는 김정아님께서 그릇과 직접 구운 호두파이를 선물해주셨어요. 예쁜 그릇 덕분에 밥은 꼭 챙겨 먹으며 일할꺼에요.
늦은 오후시간, 오랫동안 편집교정일을 하시며 푸른씨앗 책들도 살뜰히 지켜봐주시는 김수영님께서 달콤한 사과파이를 구워 오셨어요. 아차차!!!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을 놓쳤습니다. 피곤이 엄습해오는 시간에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밤 아홉시 집들이를 마치고, 예쁘게 포장된 편지를 풀었습니다. "사랑으로 읽는 이, 오정아" 마지막 줄 낭송이 끝나자, 모두 언제 피곤했냐는 듯 미소와 환호가 터져나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쁜 화분을 들고 오신 정연희님. 차분히 오랜 시간 푸른씨앗 식구들과 이야기 나누셨어요. 올해 맡으신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 담임과정 학부모 대표 잘 이끌어주시리라 붕붕 응원합니다!
다 전하지 못한 고마움을 이 곳에 채우며, 이번 집들이 방문과 후원을 통해 좋은 책을 함께 만들어가는 마음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되었기를 소망합니다.
집들이 이야기 2탄에서 뵐께요.
(담임과정 학부모대표)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