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동화라니?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이었다. 이야기 듣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가 어디 있단 말인가? 게다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골치 아픈 문제행동도 고칠 수 있다니! 당시 4살짜리 둘째가 어린이집에서 화가 나면 친구들을 꼬집어서 원성을 사고 있었다. 타이르고 야단도 쳤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난 내게 치유동화번역모임에 대해 말해준 친구를 따라 번역모임을 찾아가서 함께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조심스런 나의 요청과 달리 모임은 나를 엄청나게 환대(?)해 주었다. 이후 길고 긴 번역고난이 시작되었다.
일주일마다 모임 전날 머리를 쥐어뜯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영어보다는 나의 모자란 우리말 실력을 원망하며 내 발로 왜 이런 고통을 자초했을까 후회를 했다. 지금이라도 발을 뺄까, 아님 내일 급한 일이 생겼다고 거짓말을 할까 유혹에 시달리며 왜 첫 날 자발적으로 모임에 나타난 날 회원들이 활짝 웃으며 지나치게(?) 반겨주었는지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숙제의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가끔은 이 동화는 꼭 우리 아이에게 들려줘야겠다 싶은 보물을 캐내는 기쁨도 누렸다. 아마도 건빵 속에 숨어있는 별사탕같은 이런 숨어있는 보물 이야기들을 알아가는 기쁨과 아이를 키우며 부딪친 고충과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들어주고 여러 도움말을 주셨던 선배 어머니들 덕분에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치유동화 번역모임에서 내가 가장 막내였는데 모든 선배 어머니들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치열하고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시는 분들로 내면의 중심이 꼿꼿이 서있고 자신만의 해법을 가지신 분들이었다. 이런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알아갈 수 있었던 행운에 진정 감사를 드린다. 번역모임을 이끌어 주신 하주현 선생님은 인지학에 대한 이론적 바탕과 전체를 보는 시각, 뛰어난 영어실력과 우리말 실력으로 거칠게 번역한 우리들의 이야기들을 다듬어 주시고 방향을 잡아주셨다. 특히 나는 이야기를 번역하다 관련 이야기로 말이 번져서 선배 어머니들과 선생님께서 주고 받는 곁다리 이야기들을 무척 좋아했다. 아이 키우기, 정치, 학교, 삶, 인간관계 이야기 주제는 늘 다양했다. 이런 값진 시간을 통해 나는 한 가지를 배웠다. 나도 나만의 중심을 세워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의 해법이 나의 해법이 될 수는 없으며 아는 바를 행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본보기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끝으로, 친구를 꼬집던 우리 둘째는 ‘꼬집기쟁이 게’ 이야기를 여러 번 듣고 나서 꼬집는 버릇이 현저히 줄었고 이젠 완전히 없어졌다. 문제행동을 개선하기 위한 평화로운 방법 중 하나로 치유동화를 진심으로 권하며, 치유동화를 가깝게 접하고 자주 사용하다보면 개별 아이와 특정 상황에 맞는 치유동화를 스스로 만들고 싶은 충동이 생겨날 것임을 확언하고 아마도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게 될 것임을 보증한다. 번역모임의 모든 어머니들, 그리고 하주현 선생님, 모두 사랑하고 감사해요!!
_ 글. 민시현. 서울 이수 중학교 영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