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 슈타이너

신지학-초감각적 세계 인식과 인간 규정성에 관하여

루돌프 슈타이너 저술 / 인지학 기본서. 신체, 영혼, 정신 존재로서 인간 규정. (GA9)
  • 지음
    루돌프 슈타이너
  • 옮김
    최혜경
  • 원제
    Theosophie_Einführung in übersinnliche Welterkenntnis und Menschen-bestimmung (GA9)
  • 쪽수
    304
  • 크기
    127 × 188 mm
  • ISBN
    97911-86202-296
  • 출간일
    2020-06-10
  • 정가
    20,000 원
  • 분야
    인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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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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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재와 숙명에 대한 본질적 질문, 초감각적 인식에 대한 역설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을 공부하는데 기본 중에 기본이 되는 책이라 일컬어지는, <루돌프 슈타이너 전집 제 9권>이 독일어 원전 완역본으로 출간됐다. 이 책을 통해 루돌프 슈타이너는 초감각적인 것을 인식한다는 것은 이론적인 욕구를 위한 어떤 것만이 아닌, 삶의 진정한 실천을 위한 것이며, 이것은 다름 아니라 바로 현대 정신생활의 양식 때문에 정신-인식은 우리 시대에 필수불가결한 인식 영역이 되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초감각적 인식을 필요로 하는 현시대 인간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간이 세상과 삶에 대해 틀에 박힌 방식으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인간 내면에 수많은 질문을 불러일으키고, 이 질문은 오로지 초감각적 진실을 통해서만 대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혼이 스스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경우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그 깊이까지 파고들면, 처음에는 답처럼 다가왔던 것이 실은 진실한 질문을 하게 만드는 자극으로 밝혀진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인간의 호기심에 부응해서는 안 된다. 영혼 생활의 내적인 평정과 완결성이 그 답에 의존한다. 그런 답을 얻기 위한 노력은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인간을 쓸모 있게 만들어서 인생을 위한 과제를 떠맡을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

우리 시대에 길들인 독서 방식으로는 이 책을 읽을 수 없다. 독자는 특정 관계에서 이 책 한 장 한 장마다, 심지어는 문장 하나하나마다 스스로 작업해야만 한다. 필자는 이것을 의식적으로 추구했다. 왜냐하면 이 책은 그렇게 해야만 독자에게 되어야 할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읽어 내려가는 사람은 이 책을 전혀 읽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독자 자신의 진실이 체험되어야 한다. 정신과학은 오로지 이 의미에서만 가치가 있다.

 

신지학은 ‘신(神)’에 대한 책이다?

인간이 올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것, 그것은 ‘신적인 것’이라 불린다. 그리고 인간은 최상의 목적을 어떤 방식으로든 그 신적인 것과 연결해서 생각해야 한다. 바로 이런 연유에서 감각적인 것을 벗어나는 지혜, 달리 말해 인간에게 그 자신의 존재를, 그와 동시에 그의 규정성을 드러내는 지혜를 ‘신적인 지혜’ 혹은 신지학이라 명명해도 괜찮다. 인간 삶과 우주 삼라만상 속에서 일어나는 정신적인 과정을 고찰하는 것을 정신과학이라 칭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시도된 바와 같이 정신과학에서 특히 인간 존재 중 정신적인 알맹이와 관련하는 결과를 분리해 내면, 바로 그 영역을 위해서 ‘신지학’이라는 표현이 사용될 수 있다. 왜냐하면 수천 년 세월을 거치면서 신지학이라는 용어가 그 방향에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내적인 신은 혼이 스스로를 나라고 인식할 때 말하기 시작한다. 나와 신을 동일시 하고 있는 듯 보일지 모르지만 자아가 신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아가 신적인 것과 같은 모습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 부분은 신적인 것에서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목차

신판을 내며
제 9판에 즈음한 서문
제 6판에 즈음한 서문
제 3판에 즈음한 서문

도입문
1. 인간 존재
인간의 신체적 본질
인간의 영적 본질
인간의 정신적 본질
신체, 영혼, 정신
2. 정신의 재 현신과 숙명(환생과 카르마)
3. 세 가지 세계
영혼 세계
죽은 후 영혼 세계를 거치는 영혼
정신들의 나라
죽은 후 정신들의 나라에서 순례하는 정신
물체 세계, 그리고 영혼 세계와 정신들의 나라에 대한 물체 세계의 관계
사고내용 형태와 인간의 오라(aura)
4. 인식의 길
5. 몇 가지 주석과 보충

루돌프 슈타이너의 생애와 작업
옮긴이의 말

 

지은이 소개 

루돌프 슈타이너 Rudolf Ste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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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1~1925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에서 물리와 화학을 공부했지만 실은 철학과 문학에 심취해서 후일 독일 로스톡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바이마르 괴테 유고국에서 괴테의 자연과학 논설을 발행하면서 괴테의 자연관과 인간관을 정립하고 심화시켰다. 정신세계와 영혼 세계를 물체 세계와 똑같은 정도로 중시하는 인지학을 창시했다. 제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추종자들의 요구에 따라 철학적, 인지학적 정신과학에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학문분야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인지학을 근거로 하는 실용학문에는 발도르프 교육학, 데메테르 농법, 인지학적 의학과 약학, 사회과학 등 인간 생활의 모든 분야가 포함되며, 그 외에도 새로운 춤 예술인 오이리트미를 창시했고, 연극예술과 조형예술을 심화 발달시켰다. 슈타이너는 자연과학자 헥켈, 철학자 하르트만 등 수많은 철학자, 예술가와 교류했다. 화가 칸딘스키, 클레, 에드가 엔데, 작가 프란츠 카프카, 스테판 츠바이크, 모르겐슈테른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스위스 도르나흐에 세운 괴테아눔은 현대 건축사에 중요한 한 획을 그은 건축물로 손꼽힌다. 슈타이너의 저작물과 강연집은 루돌프 슈타이너 전집으로 출판되고 있는데, 현재 약 360권에 이른다.

 

옮긴이 소개 

최혜경

본업은 조형 예술가인데 지난 20년 간 인지학을 공부하면서 루돌프 슈타이너의 책을 번역해 왔다. 쓸데없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그림 그리고 번역하는 사이사이에 정통 동종요법을 공부하고, 약이 꼭 필요하다고 생떼를 쓰는 사람이 있으면 처방도 한다. www.liilachoi.com

번역서_ 『발도르프 학교와 그 정신』(GA297)『자유의 철학』(GA4)『교육학의 기초가 되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앎』(GA293)『발도르프 교육 방법론적 고찰』(GA294), 『세미나 논의와 교과과정 강의』(GA295)『발도르프 특수 교육학 강의』(GA317)『사회 문제의 핵심』(GA23)『사고의 실용적인 형성』『인간과 인류의 정신적 인도』(GA15)『젊은이여, 앎을 삶이 되도록 일깨우라!』(GA217),『죽음, 이는 곧 삶의 변화이니!』(GA182),『학교 보건 문제에 관한 루돌프 슈타이너와 교사 간의 논의』(GA300b)
저서_ 『유럽의 대체의학, 정통 동종요법』 북피아

 

책 속에서

p28

_인간이 올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것, 그것은 ‘신적인 것’이라 불린다. 그리고 인간은 최상의 목적을 어떤 방식으로든 그 신적인 것과 연결해서 생각해야 한다. 바로 이런 연유에서 감각적인 것을 벗어나는 지혜, 달리 말해 인간에게 그 자신의 존재를, 그와 동시에 그의 규정성을 드러내는 지혜를 ‘신적인 지혜’ 혹은 신지학이라 명명해도 괜찮다. 인간 삶과 우주 삼라만상 속에서 일어나는 정신적인 과정을 고찰하는 것을 정신과학이라 칭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시도된 바와 같이 정신과학에서 특히 인간 존재 중 정신적인 알맹이와 관련하는 결과를 분리해 내면, 바로 그 영역을 위해서 ‘신지학’이라는 표현이 사용될 수 있다. 왜냐하면 수천 년 세월을 거치면서 신지학이라는 용어가 그 방향에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p28-29

_이로써 암시된 의향을 근거로 해서 신지학적 세계관이 이 책에 윤곽으로 그려졌다. 외부 세계에서 하는 체험이 눈과 귀에, 그리고 평범한 오성에 사실이듯, 그와 유사한 의미에서 필자에게 사실인 것 외에는 아무것도 이 책에 제시하고 싶지 않다. 이런 사실은, 이 책의 특정 장에 서술된 ‘인식의 길’에 들어서고자 결심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체험과 관계하는 것이다. 건강한 사고와 느낌은 고차 세계에서 진정한 인식으로서 흘러나올 수 있는 모든 것을 이해할 능력이 된다고 전제하면, 그리고 이 이해에서 출발하고 이로써 확고한 지반을 만들어낼 때 자신의 관조를 향한 의미심장한 첫 걸음을 뗀 것이라고 전제하면, 비록 자신만의 관조에 도달하기 위해서 또 다른 것이 더해져야 하기는 해도, 그 사람은 초감각적 세계의 안건을 올바른 방식으로 대하는 것이다. 그 길을 경멸하고 오로지 다른 방식으로 고차 세계로 뚫고 들어가려 하면 진정으로 고차적 인식을 향하는 문을 잠그는 격이다. 원칙은 이렇다. 고차세계를 바라본 뒤에야 비로소 그 세계를 인정하려고 하면, 그것이 바로 그 관조 자체에 방해가 된다. 나중에 관조될 수 있는 것을 건강한 사고를 통해 먼저 이해하려는 의지가 그 관조를 장려한다. 그것이 ‘형안자炯眼者의 관조’로 이끌어가는 중요한 영혼의 힘을 마법처럼 생겨나게 한다.

p34

_이와 같이 인간은 끊임없이 삼중적인 양식으로 외부 세계 대상과 자신을 연결시킨다. 일단 이 사실 정황에 아무것도 부가하지 않고, 주어진 그대로 파악해 보자. 그러면 인간은 그 존재에 있어 세 가지 면을 지닌다는 결과가 나온다. 바로 이것만, 다른 것은 절대 안 되고 이 세 가지만 여기에서 잠정적으로 신체, 영혼, 정신이라는 단어로 암시되어야 한다. 어떤 선입견이나 심지어는 가정을 이 세 단어에 연결시키는 사람은 다음에 이어지는 설명을 불가피하게 오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신체라 함은, 위에서 예로 든 꽃들처럼 주변에 있는 대상이 인간에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을 일컫는다. 영혼이라는 단어로는, 인간이 주변에 있는 대상을 자신 현존과 연결하도록 만드는 것을, 대상에서 호불호, 기쁨과 고통, 쾌감과 불쾌감 등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을 암시해야 한다. 정신은, 인간이 괴테의 표현처럼 ‘신적인 존재가 된 것 같은 입장에서’ 대상을 관찰할 때 그의 내면에서 드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은 신체, 영혼,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p109

_그렇게 영혼이 한 체험은 출생과 죽음의 경계 안에서만 아니라 죽음을 초월해서 계속해서 보존된다. 단, 영혼은 내면에서 빛을 발하는 정신에 체험을 새겨 넣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앞에서(86쪽, 3문단) 이미 설명했듯이 행위를 통해서 세상에도 새겨 넣는다. 인간이 어제 처리한 일은 오늘 그 결과로 남아 있다. 잠과 죽음에 대한 비유가 이 방향에서 원인과 결과의 연관성에 대한 그림을 보여 준다. 잠은 죽음의 동생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아침에 일어난다. 전날에 하던 일이 밤으로 인해 단절되었다. 아침에 그 일을 다시 시작하는데, 보통의 상황에서는 그 일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다. 삶에 질서와 연관성이 있어야 하기에 어제 했던 일에 연결해서 계속해야 한다. 오늘 해야 할 일의 조건은 어제 내가 한 행위다. 어제 한 일로 오늘 내 숙명을 만들어낸 것이다. 내가 잠시 동안 활동을 멈추었다. 그래도 그 활동은 나한테 속하며,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나를 잡아당긴다. 내 과거는 나와 연결되어 있다. 이는 내 과거가 내 현재 속에 계속해서 존재하고, 미래에도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닐 것이라는 의미다. 어제 했던 행위의 결과가 오늘 내 숙명이 아니어야 한다면, 나는 오늘 아침에 다시 깨어난 것이 아니라 무에서 완전히 새롭게 창조되어 생겨나야 했을 것이다. 살 집을 한 채 지은 뒤에 모든 상황이 정상인데도 그 집으로 이사해 들어가지 않는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닌가

p125

_물체 세계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지각하는 기관으로서, 즉 감각으로서 눈과 귀가 신체에 발달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자신 내면에 영혼 감각과 정신 감각을 발달시킬 수 있다. 그 기관을 통해서 인간에게 영혼 세계와 정신세계가 열린다. 눈과 귀가 없는 존재에게 물체 세계가 ‘캄캄하고 고요하게’ 머물 듯이, 그런 고차적인 감각이 없는 사람에게 그 세계는 ‘캄캄하고 고요하게’ 머문다. 그런데 고차적 감각에 대한 인간의 관계는 육체적 감각에 대한 관계와 조금 다르다. 후자는 완벽하게 형성되어 있도록 보통 자연이라는 자애로운 어머니가 배려한다. 인간이 관여하기 전에 형성된다는 의미다. 그에 반해 고차적 감각은 인간이 스스로 작업해야 발달된다. 자연이 신체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인간은 그 신체를 통해서 주변 환경을 지각하고 이 세상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영혼 세계와 정신세계를 지각하고 싶다면 인간 스스로 자신의 영혼과 정신을 육성해야 한다.

p212

_인간 오라는 활동 중인 인간 육체를 (알과 비슷한 형태의) 구름처럼 둘러싸고 있으면서 빛을 내는, ‘정신적 눈’으로 지각할 수 있는 색채 효과다. 그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도 전체 인간은 육체에 비해 -평균적으로- 키는 두 배, 넓이는 네 배가 더 크다고 상상할 수 있다.

p228

_ 누구나 이 책에서 의미하는 정신과학적 인식을 스스로 습득할 수 있다. 이 책에 주어진 것과 같은 설명은 고차 세계의 사고 형상을 제공한다. 이 사고 형상은 특정한 관계에서 자신의 관조를 향한 첫 걸음이 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고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고에서 출발할 때만 인식을 향한 자신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인간의 오성에 고차 세계 형상을 하나 보여 준다고 하자. 그러면 비록 이 형상이 그 사람 관조를 통해서는 잠정적으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고차적 사실에 대한 이야기에 그친다 해도, 그를 위해 아무 열매도 맺지 않은 채 그냥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에게 주어진 사고내용이 그의 사고 세계 안에서 계속해서 작용하는 힘을 자체적으로 생성시키기 때문이다. 이 힘이 그 사람 내면에서 활동해 깊이 잠든 상태에 있는 자질을 일깨울 것이다. 그런 사고내용 형상에 몰두하는 것이 부질없는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오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사고내용에서 본질이 없는 추상성만 보기 때문이다. 사고내용 저변에는 생동하는 힘이 놓여 있다. 인식을 소유하는 자에게 사고내용은 정신 속에서 관조되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서 존재한다. 이 표현을 전달하면, 전달받은 사람 내면에서 인식의 열매를 자체적으로 생성시키는 씨앗으로 작용한다.

 

옮긴이의 말(전문)

인지학을 공부하는데 기본 중에 기본이 되는 책이 ‘마침내’ 출판된다. 발도르프 교육과 더불어 인지학이 한국에 소개된지 어언 20여 년이 지난 이제야 마침내, 그리고 옮긴이가 이 책 첫 번역을 탈고한지 거의 10년 만에 마침내.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이렇게 미루어지고 미루어진 것에 옮긴이는 별로 불만이 없다. 오히려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그동안 루돌프 슈타이너의 저술물을 다방면으로 공부했고, 덕분에 번역문을 여러 차례 꼼꼼하게 점검하며 수수께끼처럼 남았던 부분들을 -비록 옮긴이의 허황된 소망에 불과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원문에 좀더 근사치가 되도록 ‘조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옮긴이의 가슴을 울리지 않고 지나간 문장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서 처음 읽었을 적에 선명하게 흔적을 남겼고, 세월이 흐를수록 그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더욱더 짙어지는 것을 골라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다.

“이렇게 인간은 세 가지 세계의 시민이다. 신체를 통해서 지각하는 세계에 자신의 신체를 통해서 속한다. 인간은 영혼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다. 이 두 세계를 초월하는 세계가 인간에게 정신을 통해서 드러난다.”

오늘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양과 느낌과 생각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평범하게 쓰인 듯한 이 문장의 무게가 -적어도 옮긴이에게는- 더욱더 비범하게 다가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이 육체를 나 자신이라 여기고, 눈에 보이는 저 바깥 세계만 정말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저 바깥에서 오는 자극에 육체의 신경 체계가 반응해서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배우지 않는가?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찔끔거리듯 반응해서 생겨나는 느낌이나 생각은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이고, 객관적 자연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는 한 별 쓸모가 없는 것으로 치부되지 않는가? 앞에 문장을 빌리자면, 오늘날 우리는 오로지 한 가지 세계의 시민, 즉 ‘신체를 통해서 지각하는 세계의 시민’일 뿐이다.

영혼 세계와 정신세계는 개인의 주관적인 세계일 뿐이고 믿음의 대상이 되는 세계로만 남았다. 그 두 세계는 인간에게 알 수 없는 낯선 것이 되었다는 말이다. 사람이 낯선 것을, 알 수 없는 것을 만나면 어떻게 하는가? 호기심이 굉장히 강해서 낯선 것에 즐겨 다가가는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은 적대감을 내포하는 공포심을 느낀다. 현재 최고도로 낯선 수수께끼로 남았기에 인간이 형용할 수 없는 공포심을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육체를 벗는 것, 즉 ‘죽음’ 이다. 죽은 후에 연옥이나 지옥이나 천당이 있다고 종교가 가르치기는 해도, 그것은 체험이 아니라 그저 머릿속에 담아 둔 지식일 뿐이다. 실제로 죽음을 면전에 마주 대하면 떠오르는 것은 ‘깜깜할 뿐’이다. 칠흑 같은 나락으로 뛰어내려야 한다는 느낌.

루돌프 슈타이너가 이 책의 제 6판본 출판을 앞둔 1914년 여름에 제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다. 옮긴이가 이 글을 쓰는 현재 이른바 Covid19라 불리는, ‘조절할 수 없는 낯선’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잃는다는 면에서는 단 한 명의 생명도 너무 많다”*는 인문주의적 신조에 따라 전세계에 민주화되고 적절한 부가 축적된 국가 정부는 낯선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다른 모든 인생사는 제쳐 두었다. 죽음에 대한 인류의 공포심이 검은 구름으로 지구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듯하다. 옮긴이는, 사람들이 Covid19에 대해 가지는 공포심이 그것의 실상에 부합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각국 정부가 내리는 조처가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려는게 아니다. 오늘날 사람들 사이에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바이러스처럼 ‘전염되어 있다’는 사실 정황을 이야기할 뿐이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이 책 <죽은 후 영혼 세계를 거치는 영혼>에서 죽음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정신과 영혼이 신체를 버리고 떠나는 것이 아니다. 신체의 힘이 인간 조직이라는 의미에서 더 이상 작용할 수 없으면, 정신과 영혼이 신체를 풀어 준다,”

여기에서 ‘신체를 풀어 준다’에 쓰인 독일어 동사는 ‘Entlassen’이다. 옮긴이는 ‘풀어 준다’로 번역했는데, 실생활에서는 ‘해고하다, 퇴직시키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는 인간 존재에서 주인은 정신과 영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주인은 문자 그대로 인간적이라 평생 동안 써온 신체를 아무렇게나 내다버리지 않고, ‘신체의 힘이 인간 조직이라는 의미에서 더 이상 작용할 수 없으면’ 퇴직시켜서 그것이 생겨난 물체 세계 영역으로 돌아가도록 한다. 인간 존재 중에 정신으로서 나/Ich가 ‘주도적으로’ 신체를 풀어 주고 그 고유한 세계로 돌아가는게 우리가 ‘죽음’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한 인간이 이런 의미에서 죽을 때만 죽음은 그 사람 소유가 된다. 어찌 보면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이 아니라 남의 인생, 달리 말해 부모나 사회라는 이름으로 된 타인이 요구하는 인생을 살기 때문에 죽음 역시 자신 소유로 만들지 못하고, 바로 그래서 죽음을 그렇게 두려워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주어진 생에서 ‘자신을’ 살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무의식적인 아쉬움, 이것이 나/Ich가 육체를 퇴직시키지 못하게 막는 영혼력으로 작용하는 듯이 보인다.

지상에서 육체를 가지고 사는 인생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이 인생‘만’ 중요한게 아니라 이 인생‘도’ 역시 중요하고, 다른 두 세계에서 사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인간으로서 체험하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인생뿐 아니라 죽음 역시 다른 식으로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이 10년 전이 아니라, 전세계가 역사상 전례가 없는 기현상 속에 빠진 지금 우리 말로 출판된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옮긴이한테 번역할 여건을 마련해 주는 ‘루돌프 슈타이너 원서 번역 후원회’ 회원들, 푸른씨앗 출판사에서 일하는 분들과 꼼꼼하게 교정해 주신 백미경님께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는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 가슴 속에 반드시 간직하기를 바라면서 루돌프 슈타이너가 이 책 제 3판본 서문에 쓴 문장으로 옮긴이의 말을 마무리한다.

“우리 시대에 길들인 독서 방식으로는 이 책을 읽을 수 없다. 독자는 특정 관계에서 이 책 한 장 한 장마다, 심지어는 문장 하나하나마다 스스로 작업해야만 한다. 필자는 이것을 의식적으로 추구했다. 왜냐하면 이 책은 그렇게 해야만 독자에게 되어야 할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읽어 내려가는 사람은 이 책을 전혀 읽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독자 자신의 진실이 체험되어야 한다. 정신과학은 오로지 이 의미에서만 가치가 있다.”

2020년 4월 최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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