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온라인 책담화때 참가자들이 남기신 질문과 김혜정님의 답변을 정리하였습니다.
답답했던 나와 내 주변이 '동화'의 빛으로 환해지기를 바라며 행사 후기로 나눕니다.
20/21 '동화' 릴레이 책담화 - 『동화의 지혜』편
1회_ 동화 들려주기의 가치
2020년 12월 19일 (토) / 온라인 / 진행 김혜정님
Q :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발달이 덜 되어서 그렇다고 하셨는데 그럴 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하시나요?
A : 이야기에 집중을 못하는 이유도 굉장히 여러 가지로 존재한다.
하나는 하위감각이 발달이 덜 되어서 내적 균형감각, 내적 안정감을 느끼지 못해서 집중하지 못하고 주의가 산만한 경우가 있다. 둘째는 아이가 지적으로 너무 깨어있을 때도 이야기에 잘 집중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미 지성이 작용하고 있어 상(이미지)을 그리는 힘은 약화된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야기를 들어도 상이 떠오르지 않으면서 집중해서 몰입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아이들이 너무 빨리 지적인 활동, 지적인 학습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두 가지 경우 모두 더 감각적인 활동을 하는 것, 몸을 더 많이 움직이는 것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다른 경우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에게 있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들려주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들려주는 것이 좋다고 하니까> 들려준다. 물론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 이야기 속에서 가지고 가야 할 것들을 가져갈 수는 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그 이야기의 내면적인 것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소화해서 다시 그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었을 때는 굉장히 다르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그 이야기 속에 완전히 들어갔다 나오면 그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다. 내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면 그 이야기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 방법은 이야기를 완전히 외우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려주기 한 달 전부터 날마다 소리 내서 읽고 상을 떠올리는 연습을 하고, 다시 이미지들을 떠올리면서 소리 내어 읽고, 그 후엔 이야기를 결론부터 시작까지 되감기하듯이 떠올려본다. 그리고 소리 내어 이야기를 해본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가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내가 이야기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집중해 본다. 이렇게 이야기가 내 안에 충분히 들어와서 내면화된 뒤 들려주게 되면 아이들이 이야기를 들을 때 더 잘 집중하게 된다.
Q : 한 달 동안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를 어디서 찾으면 좋을까요? 추천해주실 수 있는 책이나 이야기가 있을까요?
A : 그렇게 오랜 기간 들려주려면 원형이 잘 살아 있는 이야기를 고르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책으로는 한림출판사에서 나온 임석재님의 <다시 읽는 임석재 옛이야기>와 서정오 선생님의 책을 보면 좋겠다. 임석재님의 이야기는 원형이 잘 살아 있는 반면에 문장을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고 서정오님의 이야기는 수정한 부분이 있어서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국 도서로는 원형을 잘 갖추고 있는 그림형제동화집(완역본)을 추천한다. 현암사에서 나온 <그림형제 민담집>이나 한길사에서 나온 <그림 동화> 열 권이 완역본인데 후자는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쓰여 있어서 외우기에 좋다.
Q : 한 달 동안 들려주었더니 3주째 들어 갈 때는 재미없다고 하거나 집중이 되지 않는 아이들이 늘어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한 달을 듣는 것이 좋지만 강압적으로 하지 말고 유연하게 들려주도록 하자. 그러나 어린 아이가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원한다면 지적으로 빨리 깨어난 것은 아닌지 잘 살펴보는 것이 좋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리듬적으로 반복되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만 6세가 지나면 한 달 동안 듣는 것을 지루해할 수도 있다.
Q : 5세 아이와 9세 아이가 같이 이야기를 듣는데 9세 기준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게 됩니다. 그럴 때엔 5세 아이의 이야기 한개, 9세 이야기 한개 이런 식으로 들려주면 좋을까요?
Q : 우리 아이도 1학년인데 이야기 집중력도 좋고 한번 들은 걸 거의 외우는 편이에요. 그래서 제가 일주일에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 주는 걸로는 목말라하네요. 3일에 한 번 정도로 다시 조율해야하나 고민했는데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그래도 좋을 것 같네요. 괜찮겠죠?
A: 초 1학년 이상의 아이들은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듣길 원한다. 그리고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능력이 있고 긴 이야기를 나누어 듣는 것도 가능하다. 3학년 아이들은 이제 동화의 세계를 떠나는 나이다. 서로 다른 연령대의 아이들의 경우에는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다.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나이가 어린 아이에게 맞는 이야기부터 들려준다. 낮은 연령대의 아이가 높은 연령대의 이야기를 듣는 건 아이의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 이야기를 고를 때 신중하게 고른다.
높은 연령대의 아이가 낮은 연령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괜찮다. 두 아이에게 중간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다. 수준이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이야기.
Q : 한 번도 이야기를 외워보지 못한 왕초보입니다. ㅎㅎ어떤 이야기로 외우기를 시작하면 좋을지 추천 부탁드려요~내면화하는 과정도 실천해보고 싶습니다~
A: 한 달에 한 가지씩 이야기를 들려주면 1년에 12개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유아시기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에는 우리나라 옛이야기를 먼저 듣고 많이 듣는 것이 좋다.
우리가 우리나라 말을 먼저 익히는 것처럼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 것이 좋다.
Q : 발도르프 유치원, 학교 와서 많이 언급되는 유럽(독일)의 동화들이 문화적으로 낯설고 와 닿지 않을 때가 많아요. 우리의 옛이야기랑은 제 안에서 다르게 소화되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저부터 동화 들려주기에 친해지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A: 그림형제의 글이나 외국의 글을 읽다 보면 그들의 역사나 문화가 이야기 속에 다 녹아 들어가 있다. 그래서 낯선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나에게 모두 다 다가오진 않지만 우리 옛이야기를 들으면 이야기가 밀착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우리 민족이 함께 가지고 있는 동질성들이 우리 이야기 속에서 너무나 잘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어떤가? 우리 것만 잘 알아서 살 수가 있나?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살고 있는 범위가 굉장히 작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서 그 울타리가 점점 넓어져 간다. 그러다 어느 날은 아이가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날이 온다. 그래서 발도르프교육은 세계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라고 얘기한다. 그 세계 시민이라 하는 것이 세계를 여기저기 여행 다니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내가 나만 아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알고 이해하는 것, 그 사람의 어떤 것을 존중할 줄 아는 것, 그것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것, 그런 자세와 그런 마음. (내 안의 그런 커다란 마음을 내 안에 누구나 다 이미 갖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다시 일깨우는 것. 발도르프교육에서도 마찬가지로 그것을 교육의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동화를 우리가 아이들에게 들려줄 때도, 우리나라 동화만 들려준다면 우리 민족 범위 안에서만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양 동화들도 아이들이 계속 듣다 보면 우리와 다른 그들의 삶에 대해서, 문화와 전통, 역사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무언가를 안다고 할 때에는 아는 만큼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그 사람을 알 때와 모를 때 정말 다르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울 때, 나와 관계되어서 알게 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혹은 엄마를 통해 만났던 이야기 속의 나라, 그 나라를 나중에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그때의 아이는 또 굉장히 다른 관계를 맺어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아닌 너, 너가 아닌 나를 이해하고 알려고 하고 존중하려고 하고 사랑하려고 하는 마음, 그것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속에서도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Q : 4주가 에테르체와 관련이 깊다는 내용이 잘 이해가 안되어요. 에테르체를 강화시키는데 4주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실까요?
A : 숫자 7 은 아스트랄체, 일곱 개의 행성과 관련이 있고, 4주, 28일이라는 숫자는 반복되고 리듬적인 순환과 관련이 있다. 4주, 즉 28일을 지켜주는 것은 달이 차오르고 작아지는, 생명의 리듬의 순환과정을 겪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에테르체와 관련이 있다. 에테르체는 리듬과 반복을 통해 강화된다. 이와 연결되어 4주를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는 길어질 수 있는 내용이라 간단하게만 짚고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