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학년 프로젝트 작품 <만다라 그리기 활동>
토요일 야심한 밤, 2학년 엄마들이 청계행복도서관에 모였다.
모임의 주제는 형태그리기.
서너명이 빠지고 엄마들이 거의 함께 했다. 두번에 걸친 형태그리기 모임은 처음에는 강연을 듣고 다같이 연습 해보고, 각자가 한 달 동안 형태그리기를 연습한 다음에 모임을 갖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하루에 짧게라도, 매일 못한다면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규칙적으로 형태그리기를 해보라는 강연자 하주현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엄마들은 실제 연습을 해보았다.
각자 원하는 책을 선택하여 형태그리기를 해보았다. 정확하게 되지 않아서, 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마음에 안들면 종이를 바꾸고, 선을 몇 번이고 지워가며, 그리고 또 그려보았단다.
그리고 한 달 후 두번째 모임을 가졌을 때는 첫번째 모임과 다른 무엇이 있었다. “형태그리기는 해보면 알 수 있어요.”라는 말을 정말 실감했다고.
둘째를 낳고 휴직하고 있는 한결엄마(김승미)의 이야기다.
아기가 낮잠 자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형태그리기를 했다. 아이가 자는 시간은 뭘 해도 너무 짧고,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다보면 시간은 더 후딱 지나가고 짜증이 밀려왔다. 그런데 형태그리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다르게 흘렀다. 직선을 그리기에 앞서서,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하듯이 몇 번이고 등을 세우고 몸을 곧게 하여 ‘세상에 우뚝 선다’는 느낌을 가져보았다. 그리고 공책에 그려보았다. 그렇게 하니 단순한 그림인데도 집중하여 그리게 되었다. 그 이후로 아이들과 걷다가도, 식탁 앞에서도 문득 ‘세상에 우뚝 서 있는 나’를 느끼며 등을 곧게 서게 되었다. 곡선은 직선과 달랐다. 잘 그려지지 않을 때는 허공에 그려보고 몸을 움직여보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거실을 뱅글 뱅글 돌아보기도 했다. 돌다보니 덕석몰이 노래가 생각나 기분도 흥겨워졌다. 다시 그려보니 신기하게도 원이 잘 그려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집중하고 나니 기분도 상쾌해졌다.
유현엄마(권미희)의 형태그리기 이야기다.
선과 공간의 조화를 다양하게 느끼고 싶어서 정신없이 따라 그리다보니 스케치북 몇 권을 가득 채웠다. 형태그리기의 질서정연한 아름다움에 도취되기도 하였다. 아이의 노트도 새롭게 보였다. 정성스럽게 그린 아이의 형태그리기를 보며 그 자체로 더 이상 손댈 것 없이 아름답게 완성된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서연엄마(이경윤)는 형태그리기를 하며 엄마들과 이야기 나눈 시간이 좋았다고 했다.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모였을 때는 어떤 말을 해도 상처를 주고 받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형태그리기를 할 때는 그런 부담이 없었다. 같은 형태를 그리더라도 선이 흐리기도 하고, 진하기도 하고, 크기도 다르고 저마다 다른 형태의 서로를 바라보니 오히려 진솔하게 만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자리를 함께 만들어가는 엄마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작년 서점가에서는 명화 색칠하기 시리즈가 쏟아져 나와 아트 테라피라고 하며 유행하였다.
미리 작업해놓은 밑그림에 특별한 목적없이 색을 칠하는 일은 아무리 공들여 색칠한다 해도 그 행위는 무의미한 놀이, 무의미한 노동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에 반해 형태그리기는 실제로 명상의 효과가 있다. 어찌보면 심심할때 하는 끄적거리는 낙서 같지만, 집중하여 형태그리기를 하다보면 예술과 자연의 아름다운 균형과 조화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출발점이 된다.
형태그리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습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추천한다.
『형태그리기 1~4학년』 (로라 엠브리-스타인/에론스트 슈버르트, 푸른씨앗, 2013)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학년별로 형태그리기 수업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이들의 기질을 고려한 형태그리기 연습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발도르프학교의 형태그리기수업』 (한스루돌프니더호이저/마가렛 프로리히, 푸른씨앗, 2015)은 루돌프 슈타이너의 강연에서 형태그리기에 관해 언급한 내용을 모아 정리하고, 발도르프 교사인 저자가 수업을 통해 경험한 형태그리기의 교육 효과를 다양한 예시와 함께 소개한다. 『포르멘 : 자아를 찾아가는 선그리기 12단계, 전2권』 (루돌프 쿠츨리, 해오름, 2004) 에서는 부제와 같이 혼자서 선그리기 연습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형태와 연습 방법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 <함께 가는 이야기 13호>에 실린 「교육예술시리즈-형태그리기」에서 발췌해 온 글입니다.